케이팝 팬들이 BTS 동영상 등으로 미국 경찰의 불법 시위 신고 앱을 다운시킨 사건이 독일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서 케이팝 팬들의 특성과 온라인 상에서의 행동 양식을 조명했다. 지난 6월 4일 디지털 기술과 문화를 주로 다루는 독일 미디어 '넷츠폴리틱(Netzpolitik.org)'에 느닷없이 K-Pop이 언급된 이유다. 넷츠폴리틱은 'K-Pop 광팬들이 온라인에서 미국 시위를 뒤흔든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회정치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K-Pop 광팬들의 온라인 '화력'을 다루었다.

<어나니머스와 케이팝이 만난 밈(Meme) - 출처 : 넷츠폴리틱>

케이팝 팬들은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인종차별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케이팝 팬들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 사회 이슈에서 온라인 여론전을 이끈다. 그 기반은 바로 전 세계에 퍼진 팬들이다. 그냥 팬들도 아니고 ‘광팬’들이다. 스토커(stalker)와 팬(fan)을 더한 속어, 스탄(Stan)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 케이팝 팬들의 에너지가 사회적 이슈를 향할 때 그 여파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케이팝 팬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넷츠폴리틱은 기사에서 '미국 시위에서 케이팝 팬들이 새로운 정치적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온라인에서 반인종차별 운동을 위한 행동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트위터에서는 미국 시위와 관련된 수많은 트윗과 밈(Memes)이 떠돌고 있으며, 특히 케이팝 팬으로 보이는 이들이 많다. 넷츠폴리틱은 '케이팝 스탄스는 한국 팝 밴드에 열광하는 팬들로, 스탄은 스토커와 팬의 합성어다. 그들은 소셜미디어에 익숙하며 캠페인을 할 줄 안다. 그들은 온라인에서 집단행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안다'고 소개했다. 이어 '케이팝 팬들은 스타들의 동영상 조회수를 빠른 시간에 올리기 위해 정확하게 타게팅해서 온라인 계정과 모바일 기기를 사용해왔다'면서 '이러한 문화는 한국의 (음악적) 경계를 넘어 확산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러한 국제적이고, 생기발랄하며, 다채롭고, 퀴어스러우며 극단적으로 빠른 케이팝 팬들의 하위문화는 아웃사이더적인 특성으로 종종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케이팝 스타와 음악의 범위를 넘어섰다. 한국 보도에 따르면 케이팝 팬들은 그들의 극단적인 참여와 조직력 이외에도 진보적이고 정치적으로도 의식 있는 커뮤니티다. 그들은 방글라데시의 안전한 거리, 런던의 기부 캠페인 등 수많은 테마에 참여하고 있다.

케이팝 팬들은 최근 미국 달라스 경찰의 앱을 다운시키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달라스 경찰은 반인종차별 시위에서 불법 시위 영상을 신고해달라고 알렸지만, 많은 이들이 케이팝 영상 '폭탄'을 보냈다. 해당 앱은 결국 과부화로 일시 중단됐다. 넷츠폴리틱은 '이러한 케이팝 팬들의 행동은 집단적이고 창의적인 불복종 운동의 새로운 놀이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건 이후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가 'K팝 지부가 성과를 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존재하는 조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달라스 경찰 앱에 쏟아진 케이팝 영상 – 출처 : 넷츠폴리틱>

그럼에도 최근 수많은 케이팝 팬 계정이 어나니머스 계정을 지지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한 어나니머스 트위터 계정은 지난 며칠간 다수가 케이팝 팬으로 추정되는 팔로워가 300만 명 늘었다. 어느 정도가 진짜 계정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이후 어나니머스의 트윗이 순식간에 리트윗되는 등 반응이 극적으로 증가했다. '봇'으로 추정되는 것도 많지만, 넷츠폴리틱은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모든 현상이 자동으로 생성되기는 어려운 구조로 실제 케이팝 팬일 가능성이 많다고 추정했다.

넷츠폴리틱은 '해당 현상이 진짜 케이팝 팬 이외에도 '트롤(온라인 공간에서 시비를 걸거나 불화를 조장해 판을 어지럽히는 사람을 지칭)'이거나 케이팝 팬처럼 꾸민 조직적인 트롤일 수도 있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수많은 진짜 케이팝 팬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이번 사례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넷츠폴리틱은 케이팝 팬들이 2019년 칠레 반정부 시위에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했고, 칠레 정부가 '케이팝 팬들이 내정에 간섭한다'며 공식적으로 비판한 일을 함께 소개했다. 넷츠폴리틱은 트위터 케이팝 팬 계정과의 소통 등 추가 취재를 통해서 실제 케이팝 팬들이 이러한 행동 양식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케이팝 팬은 넷츠폴리틱과의 대화해서 '가짜 계정 같은 주제에 너무 많은 관심을 두지 않기를 바란다. 보도해야 할 더 중요한 이슈들이 있다. 바로 그 누구도 피부색 때문에 살해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이팝과 케이팝 팬 문화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는 지점이다.

※ 사진 출처와 참고 자료

《Netzpolitik》 (20. 6. 4.) <K-Pop-Stans mischen US-Proteste im Netz auf>, https://netzpolitik.org/2020/k-pop-stans-mischen-us-proteste-im-netz-auf/

-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 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