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코로나19 재셧다운 상황 속 빛 발하는 한국인의 위기대처능력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8.03

 

LA시와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지난 3월 중순 셧다운을 결정했다가 두 달 만인 5월 말 해체했지만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따른 흑인 인권 옹호시위로 대규모 접촉과 7월 초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동안의 대규모 이동으로 코로나19의 재확산 사태를 맞았다. 급기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지난 7월 13일, 재 셧다운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캘리포니아와 LA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암울하다. 매일 매일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신문과 라디오, TV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의 재 셧다운 행정명령에 따라 LA와 캘리포니아주의 레스토랑들 역시 실내영업, 즉 식당 내에서 식사하는(Dine in) 것은 금지이다.

 

초기 셧다운처럼 배달과 포장만 가능하지만, 또 한 가지 가능한 것이 있다. 바로 6피트 이상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야외 공간(Patio)에서 식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식당에 다 파티오 공간이 넉넉하게 있는 것은 아니다. 파티오 공간은 전체 식당 수용공간 중 최고 많아야 50% 가량, 그리고 대개는 극히 일부를 차지할 뿐이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러한 제재 조치가 최소 3주간 시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LA 타임즈》는 “이 새로운 규제는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주 전역의 식당 주인들과 직원들에게 가장 최근에 다가온 타격”이라고 보도했다.

 

LA를 포함한 일부 캘리포니아 도시들은 최근 인도, 거리, 주차장 같은 공공장소에서 식당 개업을 허용함으로써 야외공간에서의 식당 이용을 늘리려는 프로그램을 제정했다. 파티오 공간이 충분치 않은 한국 식당들은 이러한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해 주차공간과 인도, 거리를 레스토랑 좌석으로 바꾸고 있다. 사각 모양의 햇볕을 가리는 천막을 설치한 후 식탁과 의자를 집어넣어 주차장 음식점, 길거리 음식점을 창조한 것이다. 한인들은 물론, 이러한 급조 주차장 음식점을 방문하는 비 한인 현지인들은 지난 4개월 동안 식당에서 외식을 금지당했던 터라 이렇게라도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을 반기고 있는 눈치이다.

 

한인타운에서 가장 먼저 주차장 음식점 공간을 마련한 식당 가운데 하나인 뒷골목활어횟집의 경우, 넓은 주차장의 2/3에 해당하는 공간에 테이블을 배치해 대박 성공을 거두었다. 주차장 공간에는 으레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지만, 고객들은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을 감안해서 인지 별 상관 하지 않고 있다. 음식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직원들은 열감지기로 고객들의 체온을 재고 고객들을 좌석에 배치한다. 아무리 식사 중에는 마스크를 벗을지라도 식당에 들어갈 때, 그리고 화장실을 갈 때, 또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는 마스크를 해야 한다. 직원들은 페이스 쉴드와 위생 장갑으로 중무장을 하고 고객들을 받는다. 음식 대부분은 포장 용기에 가져다준다. 뒷골목활어횟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한인 김원일 씨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으로 너무 답답했었거든요. 이렇게라도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외식도 하니까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에요.”라고 말한다.

 

이곳뿐만 아니라 한인타운의 식당 중 자체적인 주차장이 있는 곳은 모두 주차장 공간을 파티오로 만들었다. 다른 업체와 주차장 공간을 나눠 써야 하는 곳은 주차장 일부를, 자체 주차장이 없어서 발렛 파킹을 했던 곳은 길거리 인도에 야외 식탁을 마련하고 영업 중이다. 비 한인들도 이처럼 발 빠르게 주차장에 파티오 공간을 마련한 한국 식당을 찾고 있다. 셧다운 이전, 《LA 타임즈》와 《LA 위클리》 등 신문의 푸드 섹션에서는 한국 음식을 가장 주목받는 에스닉 푸드(Ethnic Food)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을 만큼 한국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니, 지난 셧다운 기간 동안 LA 시민들이 얼마나 한국식 바비큐를 그리워했을지 상상이 간다.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모든 식당들이 개방된 공간에 평등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천막설치에는 개당 100달러(약 11만 8,900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버몬 길에 있는 서울양평해장국의 대표는 “앞으로도 코로나로 인한 제재가 계속될 것 같아 발 빠르게 주차장 영업 허가증을 받고 천막에 거금을 투자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고객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에 임대료는 계속 지불해야 하는 데다가, 천막까지 투자할 만한 여유가 없는 영세한 식당주인들도 많다. 《LA 타임즈》는 재 셧다운 이후, “일부 식당 업주들에게 옥외 좌석에 대한 투자는 공간적으로 실용적이지 않고 재정적으로도 실행 가능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전쟁과 난리를 겪으며 한국인의 유전자는 어떠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자신을 적응시키는 것으로 발전돼 왔는지 모른다. 주차장 천막 식당들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주차장 천막 이발소까지 등장한 것을 보며 한국인의 강인함과 적응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러한 능력이 아무도 없는 미국 땅에 이민 와 새 보금자리를 틀고 코리안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힘일 것이다.

 

넓은 주차장을 파티오로 전환한 뒷골목활어횟집<넓은 주차장을 파티오로 전환한 뒷골목활어횟집>

 

손님들은 발열 체크 검사를 받은 후 자리에 안내된다<손님들은 발열 체크 검사를 받은 후 자리에 안내된다>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안내문<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안내문>

 

인도에 천막 좌석을 만든 카스 타운<인도에 천막 좌석을 만든 카스 타운>

 

다른 업체들과 주차장을 공유해 일부만 파티오로 전환한 박대감네와 서울양평해장국<다른 업체들과 주차장을 공유해 일부만 파티오로 전환한 박대감네와 서울양평해장국>

 

구이 전문점인 강남회관, 넓은 주차장을 모두 파티오로 전환했다<구이 전문점인 강남회관, 넓은 주차장을 모두 파티오로 전환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의 서비스라 대부분 셧다운이 내려진 미용실과 이용실.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페이스 쉴드와 마스크를 한 후 서비스를 하고 있다<가장 가까운 거리의 서비스라 대부분 셧다운이 내려진 미용실과 이용실.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페이스 쉴드와 마스크를 한 후 서비스를 하고 있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통신원 사진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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