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점점 더 늘어나는 미국 현지 기업들의 자체 개발 한식 상품들...이대로 괜찮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9.01


미국 내 다양한 지역의 리테일러들이 자체 개발 한식 상품들을 만들고 있다
<미국 내 다양한 지역의 리테일러들이 자체 개발 한식 상품들을 만들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한식 자체 개발 상품들은 이미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중식맛과 흡사하다<미국 기업들의 한식 자체 개발 상품들은 이미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중식맛과 흡사하다.>

 

소불고기 덮밥 냉동식품을 데운 모습. 비주얼뿐만 아니라 맛도 한식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저렴하고 미국인들에 입맛에 맞춤을 감안해도 현지 중식당 맛과 흡사하다<소불고기 덮밥 냉동식품을 데운 모습. 비주얼뿐만 아니라 맛도 한식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저렴하고 미국인들에 입맛에 맞춤을 감안해도 현지 중식당 맛과 흡사하다.>

 

즉석 냉동 식품으로 미국 전역에 잘 알려진 업체들도 한국 스타일 불고기나 각종 자체 개발 매뉴를 개발, 미 전역에 납품하는 트렌드가 보인다<즉석 냉동 식품으로 미국 전역에 잘 알려진 업체들도 한국 스타일 불고기나 각종 자체 개발 매뉴를 개발, 미 전역에 납품하는 트렌드가 보인다.>

 

한식의 인기는 해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과거 한식이 중식과 일식 사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동아시아 음식 정도로만 여겨졌다면, 건강과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급격한 성장을 이어왔다. 게다가 한국에서 한식 대표 주자로서 불고기, 김치, 비빔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알려온 노력과 미국 내 한인들이 묵묵히 미국 내 지역사회에서 한식당과 한국 식재료 품을 납품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해오며 차세대 한식 스타 셰프, 고급 한식 소스 등이 미국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다. 특히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이곳 뉴욕에서는 한식을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일반적인 식사 메뉴가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뉴욕 내 한식과는 거리가 먼 미국 치킨집, 자메이카식 통구이집, 남미 음식점들까지 ‘한국 스타일'이라는 명칭과 함께 저마다 퓨전 메뉴를 개발 판매하는 곳이 자주 보인다.

 

이처럼 인기가 높은 한식을 가장 간편하게 만나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은 단연 한인들의 비율이 높은 캘리포니아, 뉴욕, 조지아 등의 지역에 많이 위치하고 있다. 반면 한인들의 비율이 낮고 전통적으로 새로운 문화나 유행이 느리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에서 한식은 잘 알려진 중식, 일식 사이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이후 레스토랑에서 식사가 어려워진 요즘, 간편하게 테이크아웃이나 슈퍼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한식 상품들이 인기다. 한식당 자체가 적은 지역에서는 한식 테이크아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들이 한식을 만나볼 수 있는 창구는 인터넷이나 지역 슈퍼마켓 판매 제품 영향이 크다. 최근에는 월마트, 홀 푸드, 타깃 등 미국 전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코로나19 시대 필수 비즈니스로 인정받아 사재기 대란을 불러일으켰던 식료품점들에서도 김치를 납품, 판매는 물론 비비고 냉동 만두, 고추장, 불고기 소스 등을 판매하며 미국인들이 집에서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김치 업체가 미국 내 공장 설립 및 납품 소식도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을 만큼, 팬데믹 시대에도 한식은 성장세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한식의 발 빠른 성장과 급격한 인기 뒤에는 문제점도 뒤따라온다. 한국 음식을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소규모 외곽 지역, 시골 지역에서도 소비자들이 한식 제품들을 구매하는 트렌드가 지속되며 미국 내 리테일 업체들은 한식의 인기가 ‘반짝'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빠르게 자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내 중서부 대표 도시 시카고 지역에서만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J사는 자사 PB 상품으로 식료품, 생필품, 약품 등을 시중 제품들보다 20-3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덕분에 해당 J사 PB 상품은 항상 인기가 많은 편이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도 호응이 높은 편이다.

 

J사에 10년 이상 소비자로서 식료품, 생필품을 구매한 임마누엘 K 씨(36세, 회사원)은 “자체 개발 상품이 저렴하고 퀄리티도 크게 떨어지지 않아 믿고 사용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J사의 인기 자체 개발 상품 중 하나인 즉석 냉동식품은 간편하게 전자레인지에만 돌리면 되는 만큼 바쁜 현대인들의 호응이 높다. 최근 J사에서는 ‘소 불고기 덮밥', ‘한국 스타일 프라이드 치킨'이라는 즉석 냉동식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들은 잦은 품절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전해졌다. 한식당에서 소불고기 덮밥이 약 8~15달러(한화 약 1~2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그만큼 한식을 평소에 좋아하거나 맛보고 싶은 이들이 저렴한 선택지로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상품은 불고기나 한국 스타일 프라이드치킨의 맛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특히 소불고기 상품은 미국인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중식당의 호이즌 소스 맛이 강력하게 느껴지는 볶음밥으로,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것을 감안해도 한식이라 부르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듯했다. 또한 한국 스타일 치킨 상품 역시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미국식 중국 닭튀김 제너럴 쏘(General Tso)의 맛으로 한국 양념치킨이 가지는 특유의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해당 상품들은 미국인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중국음식과 크게 차이가 없어, 한식당이나 한식 요리 배달을 통해 맛을 보지 않은 이들에겐 중국 음식과 별다를 바 없는 아시아 음식 정도로 인지되어도 무리가 없는 맛이었다.

 

이러한 점은 비단 J사의 PB상품뿐만 아니라, 중서부, 남부 등 한식이 이제서야 서서히 알려지고 있는 지역의 리테일러들 자체 상품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자체 상품뿐만 아니라 냉동식품으로 미 전역에 잘 알려진 브랜드에서 ‘한국 스타일'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제품들 역시 비슷하다. 이러한 점은 한식이 급격하게 인기를 끌고,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아지며 제대로 된 연구 및 개발을 통해 출시하기보단 빠르게 이미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중국식 달달한 간장맛을 기반으로 출시해 이윤을 올리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점은 기업마다 이윤을 창출해 내기 위해 빠른 자체 개발 상품 출시를 위한 행보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식 한류가 뿌리를 내리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식을 처음 접하는 미국인들로 하여금 중식의 아류 정도라는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으며, 국내 수출 업체 및 미국 내 한식 개발 업체들의 상품 이미지를 낮추는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나아가 위와 같이 미국 지역 기업들의 무분별한 한식 자체 상품들이 장기적으로 미국인들에게 한식이 가지는 개성과 맛을 전하지 못할 경우, 많은 소비자들은 이미 입맛에 익숙하고 더욱 저렴한 중식을 찾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한식의 맛을 느껴보기도 전에 말이다. 추후 한식을 연구하고 개발한 수준 높은 즉석 냉동 식품 및 슈퍼마켓에 제품을 납품하는데 벽이 될 수도 있는 만큼, 계속해서 한식을 알리려는 노력과 한식의 맛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나라마다 한식은 저마다 현지인들의 입맛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한식의 우수한 융통성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이미 잘 알려진 중식과 일식의 맛을 따라 하고 단순히 ‘한국 스타일, 한식, 한국의 맛, 불고기, 김치’와 같은 단어만 붙여 판매되는 제품들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떻게 현지 기업들에게 한층 발전된 한식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알릴지 고민해 본다면 한식 한류가 한층 더 발전할 것이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강기향 통신원 사진
    - 성명 : 강기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뉴욕)/뉴욕 통신원]
    - 약력 : 현) 패션 저널리스트 및 프리랜서 디자이너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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