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인 온타리오아트갤러리(Art Gallery of Ontario)에서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양혜규 씨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된 북미 최초 대규모 회고 개인전인 전시는 ‘창발 Emergence’라는 제목으로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매주 토요일 2시부터 4시까지 양혜규 씨 작품 중 ‘복싱 발레(Boxing Ballet)’를 주제로 한 공연이 이루어지는데, 20분 동안 4회의 공연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지난 토요일인 11월 21일 갤러리에 방문했다. 토론토는 23일부터 도시 봉쇄에 들어간다고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내에 있는 온타리오아트갤러리의 이번 행사에는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예약 후 방문하였다. 하지만 양혜규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찾아온 캐나다 토론토 시민들은 공간 제약 때문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비기 시작했다. 1시가 되자 예술 공연장에는 긴 줄이 늘어졌지만, 급격하게 증가하는 바이러스 확진자 수의 여파로 공연은 취소되었다.

<온타리오아트갤러리 1층에 전시된 양혜규 작가의 작품>

온타리오아트갤러리는 규모 면에서 북미 최고 갤러리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로 유명하다. 특히 캐나다 미술과 원주민 예술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 예술 작품을 전시 기획하고 있다. 전 세계 여러 갤러리와 박물관과 협업함으로써 다양한 전시회와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고 경험하며 이해하는 것을 비전으로 설정한 온타리오아트갤러리는 다양한 예술 단체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토론토심포니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캐나다오페라협회, 시인, 영화감독, 토론토동물원과도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영역의 예술이 갤러리라는 하나의 장소에서 공연될 때, 관객들은 예술을 더욱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시대, 이러한 협업 프로그램과 예술 프로그램들은 온라인으로 확장되어 진행되고 있다. 온타리오아트갤러리는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 큐레이터들의 설명을 제공하고,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하며, 동물원에서 온 거북이를 등장시키는 등 관객들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 곳곳의 다양한 공동체와 문화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며 예술의 허브가 되고 있는 온타리오아트갤러리에서 양혜규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은 더욱 의미 깊다고 할 수 있다.

<온타리오아트갤러리 5층에는 양혜규 작가의 작품이 대규모로 설치되어 있다>

이번 개인전은 온타리오아트갤러리에서 양혜규 작가 작품을 초청해 이루어졌는데, 1994년부터 작업한 84점의 작품이 전시돼 25년 동안 펼친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살필 기회가 된다. 양혜규 작가의 작품에는 블라인드, 빨래 건조대, 전구, 털실과 같은 일상적인 삶의 재료들이 사용되어 시각적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주와 이동, 혼성과 같은 가치를 일상적인 재료로 구현한 작품들은 ‘다양성은 우리의 힘(Diversity is our Strength)’을 도시 구호로 삼고 있는 토론토에서는 더욱 의미 깊다고 할 수 있다. 자연과 인류의 문화가 공간과 역사적인 시간의 축을 따라 어떻게 진화를 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작가의 관심을 작품 곳곳에서 살필 수 있었다.

<양혜규 작가의 작품 복싱 발레를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다시 봉쇄되고 모든 문화 공간 출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온타리오아트갤러리는 예술의 경험을 축소하지 않았다. 갤러리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기존 프로그램들을 지속할 뿐 아니라 기존 갤러리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협연을 통해 예술 경험을 확장시키고 있다. 다가오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더라도, 미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작가인 클라우디아 랭컨(Claudia Lankine)을 인기 방송인인 가비아 베일리(Garvia Bailey)가 만나 인터뷰를 하는 토크쇼가 준비되어 있고, 토론토심포니오케스트라, 캐나다오페라컴퍼니, 캐나다국립발레단을 초청하며 공연할 계획이다. 또한 12월 2일에는 양혜규 작가와의 대화의 시간이 온라인으로 준비되어 있어서 캐나다에서 작가가 표현 하고 싶었던 가치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