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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 본고장 접수! 한국인 수제 클래식 기타 제작자
출처
YTN
작성일
2021.07.12

스페인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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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열정의 나라, 스페인.

클래식 기타의 종주국답게 기타를 제작하고 수리하는 장인, 이른바 루시어(luthier)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성 루시어는 흔치 않아 스페인에는 몇 명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한국인 여성으로는, 박윤아 씨가 유일합니다.

주문 후 1년 6개월 뒤에나 받아 볼 수 있을 만큼 윤아 씨의 기타는 이미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삽니다.

[호르헤 /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음악원 학생 : 소리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기타의 감촉도 좋고 색감도 좋고요. (윤아 씨는) 일을 너무 잘해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녀의 기타를 원하죠. 그녀의 작업이 훌륭하다는 걸 입증하는 거예요.]

[실비아 /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음악원 학생 : 제가 윤아 씨의 기타로 바꾼 건 제 인생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어요. 진짜로요.]

2013년에 처음 기타를 만들기 시작한 윤아 씨는 전에는 기타를 연주하던 연주자였습니다.

기타를 연주하면서 늘 직접 만든 기타로 연주하고 싶다는 꿈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는데요.

[박윤아 / 클래식 기타 제작 장인 : 저는 제작을 정말 하고 싶어서 제가 스페인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물어보고 다녔어요. 친한 제작자들한테 '혹시 나를 가르쳐 줄 수 있겠냐.' 그런데 보통은 단순하게 악기 하나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게 한 직업이기 때문에 그렇게 남한테 자기 비법을 전수해준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어서 거절을 당했었죠.]

스페인은 독일이나 벨기에처럼 악기 제작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가족 단위로 대를 이어 기술을 물려주고 있습니다.

동양인 유학생인 윤아 씨가 제작 기술을 배우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보였죠.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윤아 씨는 '운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박윤아 / 클래식 기타 제작자 : 앙헬 선생님도 연세가 좀 있으셔서 퇴직하고 싶은데 자기의 이런 제작하는 걸 물려줄 사람이 필요하셔서 그때 한창 학생들을 모집하고 계셨었어요. 제가 운이 좋아서 들어갔었고 끝까지 남아서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는데, 운이 매우 좋은 케이스였죠.]

12살 때부터 60년째 기타 만드는 일을 해오고 있는 앙헬 베니토 씨.

[앙헬 베니토 / 스승, 기타 제작 장인 : 내가 원하는 학생은 기타를 칠 줄 알고 음악을 알아야 하고,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했어요. 윤아는 그런 자질을 갖춘 사람이에요. (윤아는) 아주 지혜로워서 모두 이해하고 자신만의 방식을 만드는 창의력을 가지고 있고 분석을 할 줄 알아요. 그래서 기타를 잘 만드는 거예요.]

재능에 노력, 운까지 더해져 기타 제작을 배울 수 있었다며 힘든 일마저도 웃어넘기고 즐겁게 일하는 윤아 씨.

하지만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박윤아 / 클래식 기타 제작 장인 :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어요. 근육이 하나도 없어서 연장들 다루는 게 어렵고 이걸 다 스페인 이름으로 배웠어야 해서 기억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 옛날 공책 보면 그림 그려서 하나씩 이름 적어놓고.]

집에 오면 곯아떨어지기 바쁠 만큼 몸이 힘들었지만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왕실음악학교에서 클래식 기타를 가르치는 남편은 윤아 씨에게 따끔한 조언도, 따뜻한 격려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하비에르 / 남편,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음악원 교수 : 윤아 씨가 내게 늘 (기타 제작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저는 그녀를 알기 때문에 뭔가 하겠다고 하면 본인이 가진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거라 생각했어요. (윤아 씨는) 젊은 현악기 제작자 중에는 가장 뛰어나죠.]

하나의 기타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개월로 많이 만들어야 1년에 10대 남짓입니다.

어느덧 9년 차 기타 제작자가 된 윤아 씨는 루시어로서의 철학이 생겼습니다.

[박윤아 / 클래식 기타 제작 장인 : 저는 제가 원하는 색깔로 악기를 만들지만, 연주자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악기를 만들고 싶어요. 어쨌든 최종적인 악기의 목적은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기 때문에 저는 (제 기타가) 연주자를 먼저 위하는 그런 악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클래식 기타의 본고장에서 꿈을 일구어낸 한국인 기타 제작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노력해 언젠가는 좋은 제자를 키워내는 훌륭한 장인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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