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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에서 어려움 극복해 온 한식 카페, 조찬현 씨의 도전
출처
YTN
작성일
2021.07.12

코로나 속에 찾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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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나온 따듯한 빵 냄새가 코끝을 찌릅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식 빵이 이곳의 한인들에게는 더없이 반갑습니다.

[조성희 / 손님 : 너무 맛있어요. 이게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소보로빵이나 이런 좋은 빵을 안 파는데 여기 와서 많이 먹는 거 같아요. 아디스아바바에서는 여기밖에 없어요.]

한번 맛을 본 손님들의 입소문 덕인지 최근에는 현지 손님들도 많이 찾고 있습니다.

[릴리 / 손님 : 여기에 빵을 사러 자주 와요. 아디스아바바에는 이런 좋은 품질의 빵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거든요.]

[아베바 / 직원 : 에티오피아와 한국은 다른 문화이긴 하지만 많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빵도 마찬가지고요. 손님이 와서 처음 맛보고 나면 계속 빵을 삽니다.]

한국식 빵을 만들 아이디어를 낸 건 17년째 에티오피아 생활을 하는 조찬현 씨.

아디스아바바 최초의 한국 음식점을 열었던 어머니의 뒤를 이어 지난해 2월, 빵을 파는 카페 겸 한식당을 열었습니다.

[조찬현 / 한식당·카페 운영 : 에티오피아라는 나라가 저에게는 제2의 고향 같기도 하지만 굉장히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게 돼서 훨씬 더 좋게 한번 해보고 싶어서 카페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준비한 빵을 완판할 정도로 사랑받는 가게가 되었지만, 처음 문을 열었던 지난해 초에는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코로나가 동양에서 온 바이러스라는 이유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건데요.

[조찬현 / 한식당·카페 운영 : 같은 동네 사람들이지만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일면식 있는 사람들이 저를 피하는 것을 느꼈고, 아주 어린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코로나, 코로나' 하면서 돌을 던진 적도 있고.]

그래도 어려운 시기만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버텨냈습니다.

찬현 씨는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는데요.

학비를 벌기 위해 제빵 기술과 음식을 배우다 그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에서 요리학교에 다니며 요리사 자격증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뒤 에티오피아에 돌아와 한국식 카페를 준비했습니다.

오랜 시간 한식당을 운영해 온 어머니는 처음에는 찬현 씨의 계획을 반대했었다는데요.

[박형숙 / 어머니 : 때로는 저를 자책할 때도 있어요. 왜 그러냐면 내가 의사였으면 얘가 의사를 했으려나? 그런 생각도 하고, 나 때문에 이런 길을 가게 되나? 식당이라는 게 사실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차피 자기가 결심하고 들어선 길이니까….]

정통 한식을 하는 어머니와는 달리 찬현 씨는 손님들이 원하는 것과 트렌드를 살펴 새로운 메뉴를 구성했습니다.

[조찬현 / 한식당·카페 운영 : 음식 같은 경우는 이제 제가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호불호 안 갈리는 것을 엄선해서 인기 메뉴들만 추려서 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이라든가 아니면 한국식 디저트 빵들 같은 거. 아니면 한국식 음료, 과일 스무디 같은 거. 그리고 닭갈비나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볶음밥, 불고기 이런 게 있습니다.]

내륙에 위치해 재료를 수급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때로 두바이나 케냐로 직접 재료를 구하러 가기도 한다는데요.

종교적인 이유로 식자재에도 제한이 있어 메뉴를 준비할 때도 더욱 신경 쓰고 있습니다.

[조찬현 / 한식당·카페 운영 : 일단 에티오피아라는 나라 자체가 특히 고기류에 굉장히 까다로운 나라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먹을 수 있는 고기와 생선으로만 만드는 음식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스는 도리어 한국식 소스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고요.]

이런 찬현 씨의 노력이 현지 손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았습니다.

[으도세·바라켓 / 손님 :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닭볶음 면이에요.]

[아이반 / 손님 : 이건 육개장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고요. 조금 매콤해서 제 입맛에 맞아요. 각종 야채로 이뤄진 국물 요리고 정말 즐겁게 먹는 중입니다.]

코로나 위기 속에도 꾸준한 노력으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찬현 씨.

하지만 아직은 인건비를 내기도 빠듯할 만큼 운영이 쉽진 않습니다.

그래도 가슴 한쪽에 늘 품고 있는 꿈이 있습니다.

[조찬현 / 한식당·카페 운영 : 지금은 월세 내는 것도 힘들고 인건비 내는 것도 힘들고 재료비 내는 것도 힘든 상태 지금의 현재가 있지만 이것도 좀 크게 해서 4, 5, 6호점 해서 프랜차이즈 하면 더 좋고 이 나라에 멋진 기업인이 되고 싶습니다.]

아직은 2년 차 사업가.

지금처럼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아프리카를 주름잡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찬현 씨는 오늘도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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