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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만날 수 있길"…北美 이산가족의 70년 기다림
출처
YTN
작성일
2021.08.23

생전에 만날수있길 상봉 간정한 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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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살 임진희 할머니는 북에 계신 아버지의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한국 전쟁 때 헤어진 아버지.

얼굴도 기억 못 한 채 70년 가슴앓이 세월을 보냈습니다.

[임진희 / 미국 댈러스·74세 : 저는 625사변(한국 전쟁) 터지면서 4살 때 저희 아버지가 납북 당하셨고. 그 뒤로 지금까지 한 번도, 이산가족 신청했을 때도 못 만났고요. 임진각 가서 망원경으로 이북을 봤어요. 얼마나 제가 통곡을 했는지…아버지 보고 싶어서. 전 4살 때니까 아버지 기억도 못 해요.]

황해도 풍천이 고향인 81살 남편 역시 북에 있는 친척들이 그립습니다.

[임흥빈/ 미국 댈러스·81세 : 아버지 따라서 남한으로 내려왔죠. 이북에는 해주에 고모가 두 분 계시고, 작은아버지도 해주에 계시는데 못 내려오셨습니다.]

미국 국적 한인 이산가족 1세대는 이제 백여 명 정도.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어떤 식으로든 상봉이 시급한 가운데 지난달 말 재미 이산가족 상봉 법안과 결의안이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이 법안에는 미 국무부가 한국 정부와 화상 형식을 포함한 미주 한인과 북한 거주 가족 간 상봉 문제를 논의하고, 대북인권특사가 상 하원 외교위원회에 상봉 방안을 보고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최근엔 하원에 이어 미국 상원에서도 화상 상봉을 위해 한미 정부 간에서 협의하도록 명시한 북미 이산가족상봉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그동안 한반도에서 이뤄진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은 모두 21차례지만 미국 국적 한인들은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규민 / 재미 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 대표 : 결국 이 원인은 북미 정부 간에 교착된 상태고 악화한 상태라서, (재미 이산가족이) 북한으로 방문하셔서 친척을 찾으려고 시도하시던 사건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방법의 문제는 성공률이 낮고, 또 위험할 수 있고….]

[박성신 / 미국 댈러스·이산가족 2세 : 생전에 할머니께서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많이 그리워하셨는데 할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북쪽에 계신 가족들을 다시 못 만나고 세상을 떠나셔서 참 가슴이 아파요.]

물론 이번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된다 해도 북한 정부가 호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올 추석에 남북 이산가족 화상 상봉이 성사된다면, 북미 화상 상봉 문턱도 낮아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영 김 / 연방 하원 의원·'이산가족 상봉 법안' 공동 발의 : 상봉을 화상으로 진행한다면 (북미) 양쪽에서 이분들을 더 포함하는 데 쉽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이산가족 문제를 뒤로 미루어내는 그런 흐지부지되게 하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김윤선 / 미국 댈러스·77세·평양 출생 : 1세대들은 지금 나이를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시도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생각합니다.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우리 아버지가 어땠었나, 그런 궁금한 생각이 들었어요.]

[임진희 / 미국 댈러스·74세 : 저는 제 아버지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근데 이제 돌아가셨겠죠? 그러니 결혼, 재혼하셔서 누가 가족들이 있다면 얼싸안고 춤이라도 추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을 다시 보고 싶고….]

이번엔 화상으로라도 만날 수 있을까.

고령의 재미 이산가족들은 70년 고통스러운 기다림이 끝나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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