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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자동차 장인 꿈꾸는 한인 청년 정비사
출처
YTN
작성일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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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게 자동차 보닛을 열어 상태를 살핍니다.
아직 앳된 얼굴이지만 벌써 8년 정도 자동차 정비사로 일해 온 김건희 씨입니다.

[니코 뮬러 / 고객 : 다들 전문성 있는 좋은 사람에게만 차를 맡기고 싶어 해요. 건희 씨는 정비사로서 항상 손님에게 귀 기울여주고, 뭘 정비해야 할지에 대해 좋은 의견을 주며 아주 친절합니다.]

그저 자동차가 좋아서 관련 분야로 가고 싶었다는 건희 씨.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정비사 자격증 준비하기 시작했다는데요.

학원에서 자격증을 준비할 때부터 현장 경험을 동시에 쌓기 위해 자동차 회사에 무작정 찾아갔던, 패기 있는 청년이었습니다.

[김건희 / 자동차 정비사 : 정비 공부를 하는 학생인데 일을 배울 수 없겠느냐고 여쭤봤고, 요즘 시대에 누가 회사에 찾아와서 구직하느냐 (했지만) 기특하게, 대견하게 봐주셨고 취업을 할 때 있어서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그렇게 현장 경험과 정비사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서 건희 씨는 더 큰 꿈을 꾸게 됐습니다.

[김건희 / 자동차 정비사 : 제가 항상 자동차를 좋아했었고 자동차를 떠올리면 독일이 바로 떠올랐기 때문에 그러면 독일에서 일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해서 그렇게 마음을 가지고 군대에 가서 차근차근 준비했던 거 같아요.]

직업학교에서의 이론 교육과 기업 현장에서의 실습 교육을 병행하는 독일의 기술인력 교육 시스템 '아우스빌둥(Ausbildung)'

다양한 독일 문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고 직업 교육을 받으면서도 현장 학습을 통해 일정한 보수까지 받는 교육 과정입니다.

자동차 기술자뿐만 아니라 건축과 단순 영업직까지 350여 개 분야의 다양한 교육이 있어서, 독일에서는 연간 150만 명의 학생이 '아우스빌둥'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아우스빌둥 입학의 필수 조건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의 정비 현장 실습경험과 고등학교 졸업장은 가산점으로 작용했습니다.

[김건희 / 자동차 정비사 : 보통 아우스빌둥을 할 수 있는 직장을 얻게 되면 계약서를 통해서 계약하고 그곳에서 3년 반 간의 교육 과정이 이루어져요. (학교에서) 이론 수업을 받고 그 이외에는 회사에 가서 일하고 중간시험이 있고 마지막에 졸업 시험이 있어서 두 가지 시험을 통과함으로써 게젤레(기능공)라는 타이틀을 얻게 돼요.]

건희 씨도 아우스빌둥을 통해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과정을 수료하고, 실습을 진행했던 곳에서 계속해서 함께 일해오고 있습니다.

성실하고 열정적인 건희 씨의 모습이 큰 점수를 얻었습니다.

[티모 블레우엘 / 정비소 사장 : 건희 씨를 우리 팀에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여기 있는 (건희를 사랑하는) 모든 직원이 나에게 다시는 말을 걸지 않았을 것 같네요. 그래서 건희 씨는 여기서 실습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그 후 우리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건희 씨를 우리 회사 직원으로 쭉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머나먼 타지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쉽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했던 2년간의 사회생활은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건희 / 자동차 정비사 : 아침도 먹고 8시까지 출근을 해서 저녁 5시까지 일을 합니다. 동료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하는 것, 최대한 친절하게 다가가고 대하는 것, 그리고 깔끔한 것까지도 노하우인 거 같아요. 독일에서 일하면서 조금 돋보일지 몰라도 기본적인 거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실습 기간인 아우스빌둥을 거쳐 지금은 게젤레, 기능공으로 일하고 있는 건희 씨.

현장에서의 경험과 함께 전공 실기, 전공 이론, 교육학, 경영학 등 4개의 평가 시험을 통과하면 마이스터 자격이 주어지게 됩니다.

마이스터가 되면 대학교도 갈 수 있고, 아우스빌둥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집니다.

[김건희 / 자동차 정비사 : 제가 생각하고 있는 사업도 해보고 싶고, 언젠가는 독일어가 됐건 자동차가 됐건 다른 제자들을 양성하는 사람이 돼보고 싶기도 하고,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돼보고 싶기도 해요.]

스스로 길을 개척해가며 차근차근 다음 단계를 밟아가는 건희 씨.
자신과 같은 길을 꿈꾸는 한인 청년들에게 마지막으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김건희 / 자동차 정비사 : 어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중요합니다. 독일어는 독일에 살고 싶다면 정말 열심히 배웠으면 좋겠고, 그러면서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고 또 타지에서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마음을 조금 굳게 먹고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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