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류로 더욱 돈독해지는 한-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제34회 2025 한-필 문화교류 축제(PHILIPPINES-KOREA Cultural Exchange Festival)가 11월 4일(화) 오후 2시 메트로폴리탄 극장(The Metropolitan Theater)에서 열렸다. 한인 총연합회가 주최하고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재외동포청, 주 필리핀 한국 문화원, 필리핀 문화 예술 국가 위원회(NCCA)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양국 우정과 문화 교류를 기념하는 자리다. 34회를 맞은 이번 축제는 코로나 이후 2022년에 비대면으로 재개되었으며 양국 간 2024년 수립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문화 교류로 실현하는 행사다. 축제 개최 배경이 되는 한국과 필리핀의 인적 교류는 가시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4년 필리핀을 방문한 외국인은 총 543만명인데 이 중 한국인이 28.9%인 157만명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위 미국(94만명), 3위 일본(38만명), 4위 중국(31만명), 5위 호주(27만명), 6위 캐나다(22만명), 7위 대만(20만명), 8위 싱가포르(15만명) 등 한국은 다른 국가들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한국 방문객은 전년(145만명) 대비 12만 명(8.28%) 증가했으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 제34회 한-필 문화교류 축제 안내(좌), 행사 등록을 돕는 필리핀 관계자들(우)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인 관광객 증가 배경에 양국을 연결하는 항공 노선 확대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됐던 서울-마닐라 노선 외에 세부, 클락, 보라카이 등의 항공편이 복항 되며 필리핀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러한 항공망 확대는 한국인 관광객 편의성을 높여 필리핀 방문을 촉진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인 필리핀 방문은 관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필리핀 영어 연수자 규모는 2004년 5,700명 수준에서 2010년 3만 명대로 급증했으며 필리핀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는 11만 명에 달하는 한국 학생들이 단기 영어 연수를 포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다. 이는 20년간 약 2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한국인들은 관광에서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필리핀을 방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인 관광객 증가와 동시에 필리핀의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인기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은 한류에 88.9%라는 높은 호감도를 기록했다. 이는 인도네시아(86.5%), 인도(84.5%), 태국(82.7%)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이는 필리핀이 전 세계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가장 개방적인 국가 중 하나임을 의미한다. 한국 문화콘텐츠 대중화 수준을 묻는 조사에서 음식(53.7%), 음악(51.2%), 뷰티(50.8%), 드라마(49%)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특히 음악, 뷰티, 드라마 등 주요 한국 관련 콘텐츠가 필리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수준까지 대중화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24년 페이스북(Facebook) 참여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케이팝은 필리핀 페이스북에서 댓글, 공유, 반응 등 모든 유형 참여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총 34,195개에 달하는 케이팝 관련 게시물에 댓글은 564,000개 이상이 달렸으며 약 1,800만 번의 공유, 그리고 1,900만 개 이상 반응이 기록됐다. 이는 필리핀이 케이팝 팬덤 커뮤니티의 가장 활발한 시장 중 하나임을 보여주며, 동시에 케이팝이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 필리핀 아카펠라 그룹 이스꼴라스 무대(좌), 축제에 함께 참여하는 양국 국민들(우) - 출처: 통신원 촬영 >
활발한 양국 교류와 함께 열린 제34회 한-필 문화교류 축제에는 한국과 필리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하여 양국 문화 교류 현주소를 보여줬다. 성악 분야에서는 길병민, 김현수, 이벼리 등이 참석했다. 김현수와 이벼리는 ≪JTBC≫ <팬텀싱어> 시즌 1에 출연하여 최종 우승한 포르테 디 콰트로(Forte di Quattro)의 멤버이며, 길병민은 2020년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3>에 출연한 크로스오버 보컬 그룹인 레떼아모르(Letteamor) 소속으로, 레떼아모르는 <팬텀싱어 3>에서 최종 3위를 차지했다.
필리핀을 대표하는 아카펠라 그룹 이스꼴라스(Iskollas)도 무대를 함께 했다. 2020년 필리핀 대학교 음악학부 학생과 동문들이 창단한 이스꼴라스는 제29회 한-필 문화교류 축제 온라인 재능 경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2024년 7월 13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국제 아카펠라 챔피언십(A Cappella Championship 2024)에서 국제 부문 챔피언으로 선정됐다. 특히 소프라노 토니 복토이(Toni Boctoy)는 국제 부문 참가 8개 그룹 중 최우수 솔리스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댄스 분야에서는 비투인 댄스팀(Bituin Dance Team)이 우수상(Excellence Award)을, 대상에는 영 빌런즈(Young Villains)가 수상 영광을 안았다. 영 빌런즈는 세부 지역 청소년으로 구성된 댄스 크루로 전국 대회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실력 있는 팀이다.
이번 제34회 한-필 문화교류 축제는 한국 교민과 필리핀인들이 함께 무대에 서서 우정을 나누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2024년 수립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더 이상 공식 문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필리핀을 찾는 157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 관광객과 소셜 미디어에서 케이팝을 열광적으로 소비하는 필리핀 대중들 모두가 두 나라 사이의 끈을 더욱 단단히 엮고 있다. 올해로 34회를 맞은 한-필 문화교류 축제는 이러한 양국 국민 사이 교류가 축적된 결과이자, 앞으로 더욱 깊이 있는 협력을 위한 문화적 토대를 마련하는 행사다. 이는 21세기 한국과 필리핀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시작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양국은 진정한 동반자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Daily Tribune≫ (2025. 01. 06). Tourism arrivals increased in 2024 — DoT,
https://tribune.net.ph/2025/01/06/tourism-arrivals-increased-in-2024-dot
- ≪ABS-CBN≫ (2025. 01. 15). K-pop rules Facebook engagements in 2024: research firm,
- ≪GMA Network≫ (2025. 06. 10). Korean tourists still top PH arrivals in 2024,
- 주한 필리핀 대사관, https://www.philembassy-seoul.com/news/koreans-come-in-droves-for-english-classes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류조사연구아카이브,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
https://www.archivecenter.net/hallyuresearch/archive/srch/ArchiveNewSrchView.do?i_id=130587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