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파데레프스키 콩쿠르 결선 무대를 채운 노현진 김지영 피아니스트
폴란드 비드고슈치(Bydgoszcz)에서 열린 제13회 파데레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13. Międzynarodowy Konkurs Pianistyczny im. I. J. Paderewskiego)가 2025년 11월 화려한 결선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결선에는 서로 다른 개성과 음악 세계를 지닌 다섯 명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올랐고, 이들은 베토벤(Beethoven)과 브람스(Brahms), 리스트(Liszt)의 대곡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내며 무대를 장악했다. 이 가운데 가장 빛을 발한 연주자는 바로 한국의 노현진과 김지영이었다.
파데레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1961년에 첫 회가 개최되었으며, 폴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정치가였던 이그나시 얀 파데레프스키(Ignacy Jan Paderewski)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콩쿠르는 파데레프스키의 음악적 유산을 계승하고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국제 무대로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1998년 이후 3년 주기로 정기 개최되고 있다. 행사는 비드고슈치 음악협회(Towarzystwo Muzyczne w Bydgoszczy)가 주관하며, 포메라니안 필하모닉 홀(Filharmonia Pomorska)과 펠릭스 노보비에스키 음악대학(Akademia Muzyczna im. F. Nowowiejskiego)이 협력해 운영하는 폴란드 대표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다. 폴란드는 쇼팽 콩쿠르처럼 피아노 중심의 음악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나라로, 파데레프스키 콩쿠르 또한 그 전통을 잇는 중요한 무대다. 이 대회는 국제 피아니스트들이 필수적으로 거쳐가는 무대로 자리 잡았으며, 18~32세 젊은 연주자들에게 가장 권위 있는 유럽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 1위에 오른 노현진 피아니스트 - 출처: 파데레브시키 콩쿠르 페이스북(@PaderewskiCompetitionBydgoszcz) >
올해 1위를 차지한 노현진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New England Conservatory)에서 수학하며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아온 피아니스트다. 파이널에서 그녀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선택했다. 이 협주곡은 웅대한 구조와 고도의 기교, 품격 있는 서정성이 동시에 필요한 대곡이다. 노현진은 1악장에서부터 단단한 템포 설정과 명확한 터치로 작품의 중심을 잡았고, 이어지는 2악장에서는 섬세하게 가라앉은 서정성을 통해 청중을 조용히 몰입시켰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힘과 에너지를 고르게 분배하며 곡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우승자로서 손색없는 연주를 선보였다. 특히 구조적 설계력과 음색의 정교한 조절이 돋보여, 젊은 연주자 답지 않은 완성미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 4위에 오른 김지영 피아니스트 - 출처: 파데레브시키 콩쿠르 페이스북(@PaderewskiCompetitionBydgoszcz) >
4위에 오른 김지영은 독일 라이프치히의 멘델스존-바르톨디 음악대학교(Hochschule für Musik und Theater „Felix Mendelssohn Bartholdy” Leipzig)와 뮌헨 국립음대(Hochschule für Musik und Theater München) 에서 수학하며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연주자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화려함보다 내면의 흐름과 구조적 이해가 중요한 곡이다. 김지영은 절제된 해석 속에서도 피아노의 서정적 아름다움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1악장의 단단한 흐름, 2악장의 길고 숨 고른 프레이즈, 그리고 3악장의 절도 있는 리듬 해석은 "가장 시적인 연주"라는 평을 얻었다. 그녀의 음악은 화려한 기교보다 서정적 깊이와 감정의 결을 정밀하게 직조하는 표현력이 강점으로, 결선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고 차분하게 만들었다. 다른 결선 연주자들 또한 각자의 개성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일본의 아오시마 슈헤이(Shuhei Aoshima)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정교한 테크닉과 강렬한 어택을 선보이며 공감을 이끌었다. 극적인 전개와 빠른 패시지를 흔들림 없이 처리하며 리스트 특유의 화려함을 완벽히 살려냈다. 대만의 린 핀-홍(Lin Pin-Hong)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택해 중후한 톤과 깊이 있는 해석을 보여주었다. 긴 호흡의 대곡임에도 곡 전체에 일관된 균형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브람스 특유의 웅장함을 훌륭하게 재현했다. 이탈리아의 엘리아 체치노(Elia Cecino)는 브람스 협주곡 1번을 또 다른 스타일로 해석했다. 보다 서정적이고 유연한 프레이징으로 낭만적 감성을 강조한 그의 연주는 풍성한 음색과 극적인 호흡을 바탕으로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2025년 파데레프스키 콩쿠르의 결선 무대는 다섯 명의 피아니스트가 각자의 언어로 음악을 말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중심에 가장 강렬한 빛을 남긴 것은 노현진의 힘 있고 우아한 황제 협주곡, 그리고 김지영의 깊고 성숙한 베토벤 3번이었다. 두 한국 피아니스트는 서로 다른 해석과 흐름을 선택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완성했고, 그 차이는 바로 결선 무대를 더욱 다채롭게 만든 요소이기도 했다. 그들의 이름은 이제 2025년 비드고슈치의 밤을 가장 선명하게 장식한 울림으로 남았고, 이번 무대는 두 연주자가 앞으로 펼쳐갈 더 큰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파데레브시키 콩쿠르 페이스북(@PaderewskiCompetitionBydgoszcz),
https://www.facebook.com/PaderewskiCompetitionBydgoszcz/

성명 : 김민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폴란드/바르샤바 통신원]
약력 : 에피소든 운영 총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