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종묘제례악,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울려 퍼지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9.20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이 독일에서 울려 퍼졌다. 국립국악원 소속 정악단과 무용단 60여 명은 베를린 최대 음악축제인 뮤직페스트 초청으로 지난 9월 12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대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종묘제례악은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음악과 춤으로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전후를 제외하고 60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 종묘제례악 공연이 진행된 베를린 필하모니 외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 종묘제례악 공연이 진행된 베를린 필하모니 외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에는 시작부터 남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무대 위에는 현지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국악기 편종과 편경, 방향이 세워져 있었다. 필하모닉을 채운 1,700여 명의 관객들은 숨죽이며 공연의 시작을 기다렸다. 붉은 복식을 갖춰 입은 연주자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자리를 채우고, 초록 복식을 입은 집박(연주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역할), 검은 복식을 입을 집사(제관 역할)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다. 필하모닉 무대를 가득 채운 종묘제례악 연주자들은 존재 자체로 이미 좌중을 압도했다. 장엄하고 무게 있는 소리가 필하모닉 홀을 가득 매웠다. 제례 의식인 만큼 차분하면서도 엄숙했고,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잘 들리는 듯했다. 1시간이 넘는 공연에서 모든 관객들이 자리를 지켰고, 낯설지만 매혹적인 공연에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 베를린 필하모니 무대에 오른 종묘제례악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

< 베를린 필하모니 무대에 오른 종묘제례악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


국립국악원과 한국문화원은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독일어 소책자를 만들어 종묘제례악의 역사와 구성, 악기와 도구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필하모니는 무대 위에 LED 자막을 띄우고 독일어와 영어로 곡의 가사와 뜻을 함께 전했다. 그간 독일에서 접할 수 있는 국악은 사물놀이나 전통무용처럼 신명 나거나 가야금과 같이 선율이 느껴지는 연주가 많았다. 종묘제례악은 제례 의식에 깃든 역사와 내용을 모르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다. 주최 측이 공들여 종묘제례악의 내용을 함께 전달하려고 애쓴 이유이다. 이번 공연은 아시아 음악단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니의 디지털 콘서트홀(DCH)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9월 23일까지 이날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 베를린 필하모니 디지털 콘서트홀(DCH) 플랫폼의 종묘제례악 실황 중계 - 출처: 베를린 필하모니 공식 홈페이지 >

< 베를린 필하모니 디지털 콘서트홀(DCH) 플랫폼의 종묘제례악 실황 중계 - 출처: 베를린 필하모니 공식 홈페이지 >


한편, 종묘제례악 공연에 앞서 주독한국대사관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국경일 행사를 개최했다. 독일 정부 주요 인사와 주독일 외교단, 베를린 문화 관련 주요 인사, 재외동포까지 모두 모여 종묘제례악을 감상했다. 조현옥 주독대사는 "올해는 한국과 독일 문화 협정 체결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을 성사하려고 3년이 넘는 기간 한국과 독일 양국이 협의했다. 양국 관계가 이번 종묘제례악의 독일 내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페트라 지그문트 독일 외교부 아태국장은 이날 축사에서 "본인 주위는 물론 독일에서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지리적 거리가 있지만 한독간의 관계는 앞으로도 매우 좋아질 것"이라 말했다. 이날 국경일 행사를 개최한 덕분에 평소 친한(親韓) 인사 뿐만 아니라 독일 정치와 외교, 문화계 사람들에게도 한국의 무형유산을 선보일 수 있었다.

< 종묘제례악 연주를 모두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종묘제례악 연주를 모두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베를린-브란덴부르크방송국(rbb) 한스 아커만 기자는 "이날 베를린의 저녁은 시각적 매력이 뛰어났다. 특이한 소리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곡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연이 보여준 것은 한국의 현대적인 성과인 케이팝, 스마트폰, TV 이외에도 전통적인 가치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로운 통합이 바로 한국 문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Tagesspiegel(타게스 슈피겔)》 타이 마우리세 토마스 기자는 '악기와 의식, 무용의 종합예술'이라며 종묘제례악에 존경을 담은 기사를 발행했다. 그는 '지휘자가 없고, 음악가들은 눈 마주침이나 접촉 없이 서로에 빠져들며 연주한다. 무용단의 춤에도 침착함과 위엄이 모든 몸짓을 지배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콘서트가 아니라 엄숙하고 진지한 의식, 영적 행위, 역사적 연대기이자 정치적 선언'이라며 '종묘제례악은 예술적으로 매력적인 종합예술일 뿐만 아니라 질서정연한 인간 사회의 상징으로서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라고 보도했다.

종묘제례악 공연은 9월 17일 함부르크 엘브 필하모니, 23일 뮌헨의 무지카 비바 음악축제, 26일 쾰른 필하모니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원과 국립국악원, 독일 현지 관계자들이 수년 간의 노력과 협의를 통해 성사되었다. 모두 독일 주최 측이 초청하는 방식으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베를린 필하모니 공식 홈페이지, https://www.digitalconcerthall.com

참고자료

- 《rbb24》 (2022. 9. 13). Koreanische Ahnenzeremonie in der Philharmonie,
https://www.rbb24.de/kultur/beitrag/2022/09/musik-tanz-national-gugag-center-seoul-musikfest-berlin-philharmonie.html

- 《Tagesspiegel》 (2022. 9. 14). Musikfest Berlin:Uraltes Ritual aus Seoul,
https://www.tagesspiegel.de/kultur/musikfest-berlin-uraltes-ritual-aus-seoul-8640139.html

- berliner festspiele mediathek 공식 홈페이지,
https://mediathek.berlinerfestspiele.de/de/musikfest-berlin/2022/national-gugak-center






이유진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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